청탁금지법시행과 효과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의 금지와 금품등의 수수금지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부정청탁은 공직자에게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런 청탁을 하는 자는 의례히 학연, 지연, 직연 등의 연고관계를 내세우기 때문에 공직자도 외면하기 힘든 곤혹스런 상태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법을 이유로 정중하게 청탁을 거부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공정한 직무수행과 함께 그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도 보호받는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부정청탁은 그 내용이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금지하는 취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금품등의 수수금지에 관한 규정이다. 이 부분은 형법상 뇌물죄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에 상당히 어렵다.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같은 전문 용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인이나 공직자는 금품을 수수해도 좋다는 것인지를 명료하게 알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금품등의 수수금지의 예외사유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금품등의 수수금지의 예외사유로 규정된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의 가액에 관한 ‘3, 5, 10만원’ 규정에 대해 특히 관심이 크다.
이 금액의 적정성 여부는 물론 특히 농수산물, 화훼농가 등이 생업에 큰 타격을 받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개정된 시행령의 내용
그리하여 정부는 2018년 1월 17일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 입법취지를 보면,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시행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반부패 효과가 확산되고 있으나,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을 배려하기 위하여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 선물의 가액 범위를 조정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그간 법 시행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을 신속하게 시정하여 이 법을 정착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익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모처럼 제정한 청탁금지법의 실효성을 크게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모든 법은 제정 당시에 예상하기 어렵거나 사정변경이 있을 때 그 내용을 개정하는 작업을 한다.
만약 개정을 하지 않고 그대로 시행을 강행한다면 법 위반행위가 속출할 수 있고 국가는 형벌권의 행사로 이를 방어하게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같은 법 집행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의 이상이 아무리 높아도 현실적으로 이를 수용할 능력이 그 사회에 없으면 그 법은 규범력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시행령의 개정으로 그 동안 노정된 갈등이 해소되고, 보다 빠르게 청렴하고 부패 없는 사회로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45조는 국민권익위원회가 2018년 12월 31일까지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 조치를 앞당겨 시행함으로써 신속하고 탄력성 있는 법 정착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개정된 시행령은 금품등의 수수금지의 예외사유 중 5만원으로 제한되었던 선물가액을 ‘농수산물·가공품’에 대해서는 10만원으로 상향했다. 그리고 경조사비 10만원을 5만으로 내리면서 화환·조화에 대해서는 10만원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선물과 경조사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서 농산물시장의 개방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애로를 덜어준 것 것으로 보인다. 음식물에 대한 가액증액의 요구도 컸지만 이 부분은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기존 원칙을 분명하게 유지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의 내용과 그 의미
이처럼 일부 품목에 대한 선물가액이 올랐지만 그렇다고 하여 공직자가 어느 때나 1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 뇌물로서의 성격을 띠는 경우에는 소액의 선물이라도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개정된 바대로 증액된 선물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직무관련은 있을지라도 그 선물이 특정 직무수행의 대가가 아니어야 하는 요건이 필요하다.
따라서 농수산물에 대한 선물가액을 10만원으로 증액했다 할지라도, 청탁금지법의 본래의 취지가 약화되어 공직사회의 부패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물의 범위에서 상품권 등과 같이 뇌물성을 띨 수 있는 유가증권은 제외시킴으로써 청렴한 공직사회의 기풍을 진작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외부강의등의 사례금 상한액을 조정하고 신고서 제출사항을 간이화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기존에 외부강의료의 직급별 상한액을 설정한 점과 관련하여, 필자는 국·공립대학의 교원을 공무원과 동일하게 규율하고 있는 점에 대한 부당성과 함께 위헌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지적을 감안하여 연구와 강의를 본업으로 하는 모든 교원의 강의료를 사립대학 교원과 동일하게 개정한 것은 이 법의 신속한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외부강의 신고서에 기재할 사항을 간소하게 한 점 역시 바람직하다.
다만, 청탁금지법의 준수를 위한 서약서를 매년 제출하도록 하던 것을 ‘신규채용 시’로 한정한 점은 바람직하지만 재고를 요하는 사항이다. 이런 서약서의 제출이 없더라도 모든 공직자는 법령준수의무가 있고, 수많은 다른 법령의 제정·시행시에 이런 서약서의 제출을 강제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서약서 제출제도는 폐지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 대신 정기적인 직무교육의 강화로 이 법에 대한 준수의무를 환기시켜 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책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