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숙명적으로 어디로 떠난다. 코로나19, 드라이브인 여행지로 삼도봉 임도의 상큼한 바람을 느끼고, 삼도봉 정상에 드넓게 펼쳐지는 산의 바다를 만나보자.
코로나 시대. 마음도 답답하고 몸도 갑갑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만 갈 수도 없는 요즘, 언택트(비대면)라는 말이 우리를 더 고독하게 만든다. 하지만 인간은 여행하는 존재,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길을 가는 사람)'이므로 우리는 숙명적으로 어디로 떠난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주위 사람 신경 쓰지 않고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임도 따라 떠나는 드라이브인 여행’ 오늘 소개할 언택트 여행지는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에서 삼도봉을 올라가는 임도다.
김천시내를 지나서 흑돼지로 유명한 지례면을 지나 부항댐을 향해 가다보면 어느새 드라이브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국도를 따라 달리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것처럼 상쾌하다. 그렇게 부항면 해인리로 들어가면 좁은 마을길이 나타난다.
해인리는 삼도봉 아래 첫 마을로 신라시대 마을 뒤쪽 삼도봉 골짜기에 있던 해인사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이 마을 입구에는 거대한 장승이 지키고 서 있다. 높이 12m, 둘레 5.5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장승이다. 그런데 통나무로 만들어진 장승은 비바람에 깎이고, 지하여장군은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관심과 사랑으로 보살펴야 아름답게 유지되는 것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장승을 뒤로 하고 좀 더 올라오면 오래된 당산나무와 돌탑, 그리고 제단 같은 평평한 바위가 있는 신비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아주 먼 옛날부터 마을을 지키면서 모든 사연과 역사를 알고 있는 신령스러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그곳을 지나면 바로 삼도봉 아래의 임도가 시작된다. 길 입구에서 삼도봉 주차장까지 2km정도 이어진다. 이곳이 아름다운 것은 계곡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편에 계곡이 물한계곡이다.
임도를 올라가면서 창문을 열어 놓고 물소리를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겨 보자. 숨은 계곡의 비경은 물한계곡 보다 더 맑고 아름답다. 그리고 숲길은 오래된 고목과 함께 온갖 야생화들이 계절을 따라 피고 진다. 또한 고목을 휘감아 오르는 칡과 등나무 같은 덩굴 식물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모습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삼도봉의 계곡은 깊은 골짜기에서 볼 수 있는 태곳적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볼 수 있는 원시림의 느낌도 남아있다. 더운 날씨였지만 춥다 못해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이 들어온다.
그렇게 감탄하며 올라오면 임도의 끝에 삼도봉으로 올라가는 주차장이 있다. 이곳은 이미 해발 830m, 삼도봉 정상까지는 1.2km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주차장 안쪽 끝에 물부리터 샘이 있는데, 이는 부항천의 발원지이다. 이곳에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삼도봉 등산도 좋다.
김천시에서 가파른 삼도봉 올라가는 등산로와 계단은 데크로 잘 정비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면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곳곳에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많고, 8부 능선 쯤 부터 투구꽃, 며느리밥풀꽃, 금괘불 같은 희귀식물이 많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조릿대 자생지대라고 한다. 조릿대는 조리를 만드는 대나무라는 뜻이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조리로 쌀을 이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는 쌀에 돌이나 이물질이 많이 섞여 있어서 조리가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었는데, 요즘은 보기가 힘들다. 조릿대는 당뇨와 성인병에 효능이 있다고 하여 차로도 많이 마신다. 산을 올라가는 내내 조릿대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여기가 끝인가? 하고 올라보니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어느 산의 정상에서도 맛볼 수 없는 경관이 환상적이다. 끝없이 펼쳐진 능선과 지평선은 끝이 없다.
삼도봉은 백두대간 줄기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로, 우리지역에서는 영동군과 경계를 나누는 추풍령에서 직지사를 품은 황악산과 삼도봉을 거쳐 전라북도 무주군의 왼쪽으로 대덕산과 초점산으로 이어진다.
힘들다 싶을 때쯤 산삼 약수터가 보인다. 이 산 일대에 장뇌삼 농사를 지었는데 그 씨앗들이 퍼져서 산삼이 많이 나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약수에서 산삼냄새가 나기도 한다. 귀한 약수의 느낌이 난다.
삼도봉 등산길은 데크를 지나 돌계단, 목침, 나무, 흙길 등, 발끝에 느끼는 촉감의 다름 때문인지 지루하게 않게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삼도봉 대화합 기념탑(1990. 10. 10)이 있다. 이는 충북 영동군, 경북 금릉군, 전북 무주군 등 3도민이 지역감정 없이 화합하고자 세운 탑이다.
삼도봉 정상에서 물한계곡 쪽으로 봉우리가 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가히 천하제일이다. 망망대해를 보는 것처럼 시원하다. 저 멀리 백두대간의 능선이 끝없이 펼쳐지고, 한 능선을 넘을 때마다 아스라이 희미해져가는 산 그리메. 나는 지금 산에서 바다를 보고 있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음껏 여행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 줄 드라이브인 여행으로 김천 임도에서 아름답고 수려한 경관을 보고 느끼며 웰빙 산길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물소리 따라 흘려보내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조용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에디터 : 안은미, 장정인 여행작가
사 진 : 안은미 & 김윤탁 여행작가